"의역" v "직역"

선다형 문제풀이로 단련된 판단력은 번역에서도 a 아니면 b 이라는 논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듯하다.

영어권의 나라에서 연극 배우가 무대에 오르기 전 그에게 행운을 빌 때 "Good luck" 대신 "Break a leg" 이라고 한다.

의역을 할 것인가? 직역을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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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와 모짜르트를 함께 연상하게 한 대목이다. 무거운 소재를 오히려 irreverent light touch로도 모두 전달한다. 오늘날 이렇게 쓸 수 있는 작가가 있는가?

<Tender is the Night 역시 공짜로 구텐버그 싸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gutenberg.net.au/ebooks03/0301261h.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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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dn't you read The Herald this morning?"
오늘 아침 헤럴드 안 읽었어?

"No."

"He's dead. He was beaten to death in a speakeasy in New York. He just managed to crawl home to the Racquet Club to die--"
그가 죽었어. 뉴욕의 불법술집에서 맞아 죽었다고. 겨우 라켓 클럽까지 기어가서 죽었...

"Abe North?"

"Yes, sure, they--"

"Abe North?" Dick stood up. "Are you sure he's dead?"
"애이브 노스가?" 딕이 일어섰다. "그가 죽은게 확실해?"

Hannan turned around to McKibben: "It wasn't the Racquet Club he crawled to--it was the Harvard Club. I'm sure he didn't belong to the Racquet."
해넌이 맥키번을 향했다. "라켓 클럽으로 기어간 게 아니고...하바드 클럽이야. 라켓 클럽에 속하지 않은건 내가 알아."

"The paper said so," McKibben insisted.
"신문에서 그랬어." 맥키번이 우겼다

"It must have been a mistake. I'm quite sure."
"실수일꺼야. 거의 확실해."

"Beaten to death in a speakeasy."
"불법술집에서 맞아 죽다니."

"But I happen to know most of the members of the Racquet Club," said Hannan. "It must have been the Harvard Club."
"내가 라켓 클럽 멤버들을 거의 모두 알고 있거던," 해넌이 말했다. "분명히 하바드 클럽이었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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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ch marks the characters by providing their social station and even region of origin — We will see that in a minute — I read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as a child in Spanish and, of course, they didn't translate into the Spanish the dialect differences between Jim and Huck and so forth. I still liked the novel very much, and then, when I read it once I had learned English in college, I was astonished, it was like another book, and I had a great deal of difficulty understanding Jim's speech. 
- Prof. Roberto González Echevarría in his Lecture on CERVANTES' DON QUIXOTE at Yale open course

몇 주 전에 들었던 Yale 대학의 
《돈 키 강의 중 교수님이 자신이 어릴때 스페인어로 번역된 Huckleberry Finn을 읽었을 때 인물들의 사회 계층이나 출생지방을 나타내는 각기 다른 언어 형태가 삭제된 상태여서 나중에 영어를 익힌 뒤 원서를 읽었을 때 마치 다른 책을 읽는 것과 같았다고 한 것이 인상에 남았다. 

톰이 개구지지만 평범한 가정의 아이라면 헉은 문맹에 가까운 고아같은 소년이다.  톰의 언어가 시대와 지방색에 따르는 약간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표준 언어임에 반해 헉의 언어는 문법과 표현이 표준 언어에서 더 멀어진다.  이런 이유로 헉의 이야기는 톰의 이야기에 비해 번역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죄송하게도 교수님의 연세를 따져보니 그 분이 스페인어로 Huckleberry Finn 를 읽은 것은 1960년 이전으로 적어도 56년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 당시 이 책이 번역되었다고 가정하면, 56년이 지난 오늘날 번역이 얼마나 발전되었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번역을 보면 나아지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기존해 있던 번역이야 조악했던 환경이 얼마든지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온 세계의 유명 대학에서 갖은 학위를 따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간 수 많은 학자들과 어릴때부터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배운 많은 사람들, 인터넷만 연결되면 거의 모든 자료가 다 나오는 세상, 또 한국이 경제대국이 된 현세에 오히려 1970년에 학자분들이 혼자서 작업하신 번역보다 못한 번역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은 어디에 잘못이 있는가?



아랫글은 새움출판사 블로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연재에 댓글로 남긴 내용이다. (국어를 제대로 사용한지가 오래되어 국어 표현이 어색하고 모자라고 틀리는 것을 양해 구함.)


http://tinyurl.com/gs6rnpq


저 또한 한국의 번역의 문제점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새움의 기존 번역세계에 대한 정면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문제는 번역가와 출판사, 또 독자 모두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 모두에게서 professionalism 과 perfection에 대한 개념이 모자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한국 문학시장의 실정일 수도 있겠지요. 훌륭한 번역을 위해서는 돈도 많이 들어야 할테니까요.


어쨌든, 의역이던 직역이던 문제는 원서의 말뜻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전달해야 하는 점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또 실수는 어느 누구도 할 수 있으므로 editing이 필요하겠지요. 국어의 표현이 바르게 되었나 하는 editing 이외에도 번역의 경우는 원서의 뜻이 제대로 번역되었는지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이 한국의 번역 출판에서 빠진 것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경제적인 이유인지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따라서, 직역을 목적으로 한 이번 번역 역시 실수가 보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1. sugar-hogshead 는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에서 헉이 가끔 침대처럼 사용하는 설탕 barrel로, 각주를 달아 설명을 해야지 그냥 "커다란 빈 설탕통" 이라고 해서는 부족한 느낌이지요.

2. "a band of robbers" 은 그 뜻이나 어감상 도적떼가 갱단보다 정확한 것 같습니다.

3. “I don’t take no stock in dead people” 은 죽은 사람들에 대해 깊이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 직역입니다. 즉 죽은 사람에 대해 별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겠지요. take no stock은 신용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4. “a mean practice and wasn’t clean” 에서 mean 은 흉하다는 뜻으로 담배를 피우는 것이 흉한 짓이란 뜻입니다. “멍청한” 이란 뜻은 아닙니다.

5. “a-bothering about Moses” 는 “계속 귀찮게 굴면서도” 라는 뜻보다 신경을 쓴다 는 뜻입니다. 즉, 모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지요.

6. "a tolerable slim old maid" 에서 tolerable은 old maid 의 또 하나의 형용사이지 slim의 부사가 아닙니다. 즉, "적당히 마른" 이 아니고 "웬만하고" "날씬한" 이 됩니다. 아마도 괜찮게 생겼다는 뜻일겁니다.

7. work someone hard 는 다른 사람을 힘들게 노동하도록 하는 것으로 “She worked me middling hard” 는 나에게 공부를 조금 심하게 시켰다는 뜻으로 이어지는 문구에서 “then the widow made her ease up” 과부가 좀 느슨케 하도록 했다는 것을 보면 그 뜻이 뚜렸해지지요. “적당한 열의로” 는 hard work 를 Huck이 아니라 Miss Watson에게 적용하므로 오역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8. “Then she told me all about the bad place” 의 the bad place 를 “그 나쁜 곳” 라고 번역하는 것은 많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the bad place가 직역하면 나쁜 곳인 것은 틀림없지만 국어로 나쁜 곳이란 전혀 의미가 없는 대신 영어로는 ‘the bad place’ = Hell 임에 전혀 의문이 없기때문입니다. 또, Huck 당시 점잖은 사람들이 Hell이란 단어를 피해서 euphemism 인 the bad place를 사용한 것을 전혀 알지못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지옥이란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상태에서 ‘나쁜 곳'이란 생경한 한국 단어를 쓸 타당한 이유가 없기때문입니다.

9. “I said I wished I was there.” 는 “나는 거기에 가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뜻이 아니고 (지금 여기 말고) 거기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는 뜻으로 “가보았으면" 처럼 미래의 뜻은 없습니다. 아마도 wished란 단어때문에 미래의 희망을 뜻하는 번역을 하신건지요?

10. “the good place” 역시 “the bad place” 와 비슷합니다.

11. “she was going to live so as to go to the good place.” ‘그녀는 천국에 갈 수 있도록 (삶을) 살아가겠다’ 는 뜻으로 “그녀는 그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 그런 식으로 살려고 한다.” 로 번역한 것은 한국 표현이 이상합니다.

12. “So I didn’t think much of it.” 는 “그래서 나는 그곳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가 아니라 ‘내 생각에 그 곳은 별게 아니었다' 라는 뜻으로, 영원히 하프를 갖고 노래하는 곳이란 시시하게 생각되었다 는 뜻이지요.

13. “Pretty soon I heard a twig snap down in the dark amongst the trees—something was a stirring.” 은 번역의 순서를 바꿔 ‘곧이어 나무들 한가운데 어둠 속에서 잔가지 하나가 툭 꺾이는 소리를 들었다.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정확합니다. 원문에 움직이는 것을 헉이 들었다는 표현은 없고 잔가지가 꺾이는 소리를 들은 헉이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다고 infer 한거지요.

하지만 이 번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서술자/주인공인 헉이 거의 문맹 수준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톰 소여와 헉클베리는 소유권이 소멸되었으므로 다음 싸이트에서 재밌는 삽화와 함께 원서를 읽을 수 있다.   


https://www.gutenberg.org/files/76/76-h/76-h.htm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https://www.gutenberg.org/files/74/74-h/74-h.htm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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