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과 오역/픽션

이언 매큐언의 속죄

Sarah Kim CT 2021. 3. 13. 11:21

원서: <<Atonement>> by Ian McEwan

번역서: <<속죄>> 한정아 역 | 문학동네 

 

이언 맥큐언의 장편소설 『속죄』이 시작할 때 주인공 브리오니는 작가를 희망하는 열세 살의 소녀이다. 그녀는 세상 모든 것이 “just so”(어떤 상태에 작은 오차도 없는 "딱" 맞는 상태를 뜻하므로, 실지로는 아주 완벽한 상태를 뜻함)이기를 "열망"하는 성격과 비밀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그녀는 열한 살 때 첫 소설을 쓰면서글쓰기 자체가 비밀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  즉 글은 완성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에게도 말해주질 못할 비밀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한 문단을 읽어보자. 

At the age of eleven she wrote her first story—a foolish affair, imitative of half a dozen folktales and lacking, she realized later, that vital knowingness about the ways of the world which compels a reader’s respect. But this first clumsy attempt showed her that the imagination itself was a source of secrets: once she had begun a story, no one could be told. Pretending in words was too tentative, too vulnerable, too embarrassing to let anyone know. Even writing out the she saids,  the and thens, made her wince, and she felt foolish, appearing to know about the emotions of an imaginary being. Self-exposure was inevitable the moment she described a character's weakness; the reader was bound to speculate that she was describing herself. What other authority could she have? 
브리오니가 첫 소설을 쓴 것은 열한 살 때였다. 나중에야 깨달은 일이지만 그 작품은 대여섯 가지 옛날 이야기를 모방했고, 독자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통찰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참으로 한심한 수준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서투른 처녀작을 써내려가면서 브리오니는 상상력이야말로 수많은 비밀의 원천임을 알게 되었다. 일단 작품을 쓰기 시작하면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야 했다. 상상에 근거하여 글을 쓰는 일은 너무나도 실험적이고, 비난받기 쉬우며, 민망한 일이었기 때문에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는 누구도 알게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말했따’ 라거나 ‘그래고’ 같은 작은 실수조차도 브리오니를 움찔하게 했고, 상상 속의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등장인물의 약점을 묘사할 때는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독자들은 작가가 그 인물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할게 뻔했다. 이를 피할 다른 어떤 방도가 있겠는가?

1. 브리오니가 열한 살 때 쓴, 대여섯 가지 옛날이야기를 모방한 유치한 첫 스토리는, 나중에야 깨달은 일이지만,  독자의 respect를 불러일으키는 "that vital knowingness about the ways of the world", 즉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통찰력/지식이 "lacking" 부족했다는 첫 문장이다.  

번역은 "나중에야 깨달은 일"이 두 가지 사실, 즉 옛날이야기를 모방한 것, 통찰력이 없는 것이 되었다.  

문장에서 문구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she realized later"은 "lacking"과, 무엇이 lacking 결여되었는지 설명하는 문구 사이에 위치해서, 나중에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구분한다. 

2. 첫 소설을 씀으로써 브리오니는 the imagination itself 상상(하기) 그 자체가 비밀의 원천, 즉 비밀 거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말하자면 이야기를 시작하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게 된다. (그 이유가 문단 나머지의 내용) 

문장 속에서 ":" 콜론을 사용해서, 아래와 같은 등식을 이룬다. 

"the imagination itself" 상상 그 자체가 "the source of secrets" 비밀 거리글쓰기를 시작하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음.  

 

3. "Pretending in words" 말을 꾸며내는 일 (이야기 만들기) ... 

 

4. 마치 "imaginary beings"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들을 마치 브리오니 자신이 모두 이해하는 양 "she saids" 그녀가 말했다, "and thens" 그다음에는... 식의 문구를 쓰는 것이 브리오니를 wince (창피함 등등의 감정으로) 움츠러들게 했다, 움찔했다는 내용. 

"she saids"는 서술문을 쓸 때 사용하는 "she said"의 복수이고, "and thens" 역시 서술을 전개시키는 문구인 "and then"의 복수이다. 따옴표와 비슷하게 이탤릭체를 사용해서 강조/인용을 나타내고, 복수 앞에 정관사를 붙여서 명사화하였다. "the she saids and the and thens"

예) I hate his "thank yous" and "sorrys". 그의 반복된 thank you와 반복된 sorry가 지겹다.

 

5. "What other authority could she have?"에서 authority는 source를 뜻해서, 말하자면 브리오니의 작품 속 인물들이 그녀 자신 이외에 다른 어떤 곳에서 나오겠느냐는 rhetorical question 수사의문문이다. 

 

"she saids"는 몇 페이지 후에 또 한 번 등장한다. 이 대목에서도 번역은 다시 철자 실수로 오독하는 바람에 문장의 내용, 즉 브리오니가 희곡은 (대화로 이루어졌으므로, 소설을 쓸 때 필요했던) "she said 그녀가 말했다"라는 표현/문구를 쓰지 않게 되어 좋았다는 내용을 전달하지 못했다. 

레온의 귀향을 환영하기 위해 쓴 희곡은 소설보다 소설만 써오던 브리오니가 처음으로 시도한 외도였지만,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선 ‘그녀가 말했따’ 식의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았고, 날씨나 봄의 시작 혹은 여주인공이 얼굴을 묘사하는 수고가 필요 없게 된 것도 좋았다.